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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소개해준 재밌는 활동 덕분에 갑자기 접하게 된 장난감 도시!

 

우리나라 종전 직후 50년대 삶이 적나라하게 나타나있었다.

뒤늦게 알게 된 정보인데 대구가 배경이라고 한다.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옛날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1원 빨간 지폐라든지, 한 학급에 바글바글한 학생 수, 긴 도마 같은 책상을 빽빽하게 같이 쓰는 등의 대목에서 세대가 많이 바뀌긴 했구나. 지금도 훗날엔 과거가 되겠지 싶었다!

 

아버지도 저 당시랑 완전 똑같지는 않겠지만 연세가 있으신 편이시니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하시고 자라셨겠지?

 

그리고 중간에 언어유희인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좋은 고래고기~” 구절이 있었는데, 언젠가 아버지가 흥얼거리신게 생각나서 찍어보내드렸더니 ㅎㅎㅎ하고 답장오셨다 귀여우셔~

 

다음주 생신이신데 본가에 내려갔다 와야겠다

 


 

글을 읽으면서 유독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기대감, 의지, 추억,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와 동시에 삼촌이 진 빚으로 인해 도시 판자촌으로 쫓겨나게 된 일평생 농부로 일하던 가장이 도시에서 아무것도 없이 가장으로써 짊어지게되는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고, 도시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원치않게 구치소에 가게 되며 결국엔 가족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되는 내용이 너무 안타까웠다.

 


 

작가는 도회지에 전학간다고 으스대는 모습을 표현한 만큼, 처음 도시에 왔을때 (비록 변두리이지만) 학교 아이들에게 시골에서 왔다는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소위 양아치라고 불리는 무리들로부터 같이 놀자는 제안을 받았을때 불량한 의도가 있을거라 의심했으나, 아무런 조건없이 우정을 나누는 경험도 하였다.

 

평범한 그 나이 때의 순수한 소년이었다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정도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은 따로 기록해두었다.

 

 


 

전쟁이 끝나고 몇 년 만에 열리는 시골 학교의 학예회 준비과정에서 “부자와 당나귀”연극을 준비하던 중 학생들이 빵터져서 연습이 잘 진행 안될 때 방아깨비 선생의 대사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어버리면 세상에 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남을 웃기거나 울리고 싶은 생각을 가졌다면 더군다나 그래. 자기 자신은 결코 웃거나 울어버려서는 안된단 말이야. 그건 못난짓이야. 꼴불견이지. …(후략)”

 

 


 

왜소한 수양버들이 한 평쯤의 그들을 드리운 그곳에 딸딸이가 있고 그 위에 커다란 냉차 항아리가 있고, 또 그 위엔 몇 개의 유리컵이 얹혀 있고, 그리고 밀짚모자를 눌러쓴 아버지가 계시었다. 때로는 노란 고무호스로부터 유리컵이 찰랑찰랑 넘치도록 냉차를 받아내고 있는, 때로는 거스름돈을 내주기 위해 주머니란 주머니는 죄다 경황없이 뒤지고 있는, 또 때로는 한가로이 담배를 피어 문채 무연한 눈길을 도시의 허공에 하염없이 내던지고 있는, 또 때로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자세, 그대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 일찍이 흙밖에 만져본 적이 없는 아버지는 결코 정직하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도시를 요컨대 그런 모습으로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는 지금도 그때의 광경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도시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한 풀빵, 냉차가 망해버렸지만 다들 한번씩은 망해야 잘된다며 정신승리)

 

…굳이 아버지의 그 말 때문만은 아니리라. 무언가 한사코 목을 메이게 하는 어떤 격정 속에서 나는 뒤늦게 서서히 깨닫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처럼 간절히 기다렸던 것은 아버지였지 결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그 무엇은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운 도시 외곽의 학교 선생님

 

“어둡고 혼탁한 때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랄 것을 나는 믿는다. 너희들 중 한 사람을 잃느니보다 매일처럼 매질을 하면서라도 지키고 싶다. 그러나 너희들은 훗날 이때를 회상하면서, 우리 모두를 지킨 것은 오직 매였다고는 결코 말하지 말아라. 너희들 중에, 비록 단 한 사람일지라도 매를 맞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마지막 대목

 

나는 한동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다스런 손짓과 그들 특유의 기성을 내지르면서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갔다. 그리하여 맨 마지막 한 아이까지 사라지고 난 후에야 나는 돌아섰다. 그동안 까맣게 잊어버렸던 시골 마을이 비로소 눈앞에 선연히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학교와 그 아이들을 나는 기억해냈고, 내가 그곳에서 마지막 가졌던 학예회를 생각해냈다. 그랬다. 우리는 ‘뻐꾸기 왈츠’를 합창했고, 동극 ‘팔려가는 당나귀(부자와 당나귀)’를 공연했었다. 나는 또 ‘금고기’ 이야기로 갈채를 받았고 미래의 면장감으로도 인정을 받았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아버지마저 잃어버린 아이가 되어 있었다 울음이 목울대까지 차올랐지만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나는 아직 우는 법을 익히지 못한 벙어리였기 때문이다.

 


 

소설의 시작과 끝에서 주인공은 같은 사람이지만 위치한 장소가 바뀌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처지에 처해있었다.

 

시골학교 방아깨비 선생님이 주인공에게만 독백, 낭송으로 금고기를 외우게 하고, 큰 소리로 학예회에서 성공적으로 해낸 주인공은 시골마을 사람들에게도 미래의 예비 면장이라고 칭찬을 받았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도시에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쓴맛이 나는 풀빵, 냉차 장사가 망했고, 시내의 백화점에 일하러 팔려갔으나 하루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가장인 아버지 마저 남의 물건을 옮기다가 불순한 물건인것이 발각되어 구치소에 가게되었다.

 

도심의 변두리에 소풍 온 시골 또래아이들의 활기참을 보고 주인공이 느꼈을 비참함, 상실감을 정말 잘 나타낸 대목이자 결말이라 느꼈다. 본인의 의지로 가게 된 도시도 아닌데다 시골에서는 여느 또래아이처럼 잘 놀고, 심지어 면장감이라며 칭찬받던 소년이 어떻게 견뎌냈을까.

 

그리고 시골에서 면장으로서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던 아버지는 평생 해오던 농사일을 그만두게 되고, 도시를 가면서 얼마나 막막함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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