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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갑자기 책을 읽고 싶어져서 주황색 조명 켜두고 에어컨 밑에서 쿼카 스트레스볼 챙겨서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달러구트 책을 펼쳤다!

 

 

사실 큰 기대없이 그냥 유명하기도하고 소설이니까 가볍게 읽으려고 대출해온 책인데, 읽는 도중에 의외로 작가가 건네고 싶은 위로랑 본인이 살면서 느낀 경험들이랑 진리들을 전해주려고 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서 소설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깨부술수 있었다.(소설은 킬링타임용, 속 빈 강정이라는 생각만 했었음)

 

 

다 읽고나서는 소설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소설이라는 가상세계를 만들어내서 그 안에서 전달한다는게 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소설은 잘 읽히는게 가장 큰 장점인듯! 이틀만에 다 읽었다ㅎㅎ 2권도 어서 빌려서 읽어봐야지

 


 

아래부터는 힐링 & 공감되었던 내용과 내 생각을 짧막하게 기록해뒀다!

 

취준생, 공시생 등등 여유를 잃은 상태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잠시나마 짬을 내서 읽고 힐링 받았으면 하는 책이다

 


 

22p 시간의 신과 셋째 제자의 대화

 

"사람들이 자고 있을 때도 생각하고 느끼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어떻게 이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까?"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둘째처럼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첫째처럼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31p 페니 면접 답변

 

저는 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려요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첫번째 제자처럼 앞만 보고 사는 사람이든, 두 번째 제자처럼 과거엠나 연연하는 사람이든, 누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신은 세 번째 제자에게 잠든 시간을 맡겨서 그들을 돕게 한 거예요. 왜,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때가 있잖아요? 바로 그거에요.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 작가분께 있어서 숙면이 가지는 중요한 역할ㅎㅎ 잠자는 것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애정이 묻어있는듯 하다 

 


 

75p 닥터 리노의 연구

 

“핵심은 손님들이 스스로를 ‘망각의 동물’이라고 인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파악하고 있어요. 심지어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정보가, 있는 그대로의 실제 사실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재입력된 정보라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모든 경험이 잊힐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건, 지금 이순간이 한 번뿐이라는 것을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하죠. 그 점이 바로 손님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들이 지불하는 꿈값에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80p 퇴근 후 직장인

 

“아, 외로워.”

여자는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외롭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가까운 벽에 부딪혀 짤막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청승맞게 느껴졌다. 시계는 벌써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와서 씻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밥을 지어 먹고, 친구와 짧은 통화를 마쳤을 뿐인데 지금 잠들어도 6시간밖에 못 잔다니. 어제처럼 유튜브를 보다가 내친김에 웹툰 정주행까지 했다가는 이틀 연속 밤을 꼬박 새우게 될 것이다. 외로움이고 뭐고 피곤부터 달래야 했다. 내일 출근을 위해서.

 

→ 회사 다녀본 사람들은 극공감하는 포인트,,, 하이퍼리얼리즘. 한 문단으로 삭막한 도시에서 내 일상마저 단조로워지다 못해 점점 삭막해지는 포인트를 잘 표현하셨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 출근, 일, 퇴근하는데에 시간을 보내다보니 퇴근 후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일을 하면(집안일, 식사, 샤워 등등) 종종 10시, 11시가 되곤 했다.

 

하고 싶은걸 하면 잠을 못자고, 잠을 자면 하고 싶은 걸 못하는 딜레마...  내일 출근하는건 확정되어 있는거니 일단 자자. 하고 1년이 금세 지나버렸다.

 

실제로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부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걸 느껴서 나중에는 잠을 줄이고 일찍 일어나는걸 택했더랬다ㅎㅎ

 


 

95p 남자의 기분 좋음

 

남자는 이튿날 더없이 활기차고 산뜻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가슴이 기분 좋게 두근거리는 것이, 뭐든 새로 시작하기에 특별히 좋은 날이 있다면 바로 오늘일 것만 같았다. 그는 충전기에 핸드폰을 꽂아두고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러 갔다.

 

→ 글로 전해지는 개운함! 읽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나까지 설렌다

 


 

114p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다들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궁금해하시던데 손님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가서 납득하겠죠.”

(중략)

“전혀요.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손님은 현재에 집중하면 그에 걸맞은 미래가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 작가분의 가치관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내가 추구하는 바와 같다.

 

현재에 집중하고, 즐기면서 좌우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 하지만 가끔씩 까먹고 조바심 낼 때도 있고, 때때로 마음 굳게 먹어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긴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책 읽기를 참 잘한것 같다

 


 

142~148p 트라우마

 

(142p)

첫째. 이 꿈은 정신 수련과 반영구적인 자존감 상승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꿈의 내용은 손님 여러분의 트라우마가 어떤것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 사람마다 마주하게 되는 고통의 정도는 다 다를것이고, 그를 겪고 버텨냄으로써 더 강인하고 단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 불편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다해서 피할 것이 아니라 성장할 기회라 생각하고 마주하자!

 

 

(144p)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하긴, 모든 심리 치료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가끔 부모님께서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때가 올거라고 하시는데 이 문장과 일맥상통하는 말이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오며 살아온 사람이든, 무엇을 하다 온 사람이든 어쨋건 50대를 넘긴 사람들에게 하나같이 배울 점이 있을거라고 말씀해주신게 기억난다.

 

 

(146p)

“하지만,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이건 마음을 단단히 먹은 여러분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달러구트는 손가락 정도 크기의 조그마한 향수를 꺼내서 남아있는 손님들의 잠옷 소매에 칙칙 뿌리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여름 숲 향기가 소매 언저리에서 퍼져 나갔다.

 

→ 나도 매일매일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이겨내면서 살고 있는거겠지?! 더 나은 삶을 향해 가고 있는거겠지~! 그럴수록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밀도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자!!!

 

 

“생각을 좋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향수랍니다.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지만 그런대로 쓸 만하죠. 저도 가끔 일이 안 풀릴 때 애용한답니다. …”

 

→ 달러구트도 일이 안풀릴때 좋은 향을 이용하는구나! 나도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종종 향수나 디퓨저, 향 좋은 바디미스트 쓰곤해서 반가웠다

 

 

(148p)

그녀는 회사의 일은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 등의 강제성도 없고 마감기한도 없는 모든 일에 스스로 기한을 두고 압박을 받는 자신의 모습도 알아차리게 됐다.

사흘 연속으로 시험 치는 꿈을 꾸고 일어난 어느 비 오는 아침,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비 내리는 창가에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대신, 어쨌거나 시험을 잘 치러냈던 순간들에만 집중했다.

‘난 지금까지 잘해낸 내가 자랑스러워. 이전에도 잘해냈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결국은 잘해낼 거야’ 자신을 무조건 믿는 마음,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마음. 여자에게는 이런 느슨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 트라우마 극복해나가는 모습! 나도 부정적인 모습 먼저 보려고 하지말고 그 순간에 들었던 감정들, 잘해낸것들을 먼저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렇다해서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못본체하고 방치하는것은 안되겠지만!

 


 

216p 킥 슬럼버의 역경기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서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

 

→ 장인도 저렇게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데 감히 내가 이렇게 쉬운길만 찾으려해도 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게끔 하는 내용. 어려움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도전해보기!!!

 

이러한 기쁨을 타인도 경험하기를 바라는 킥 슬럼버의 마음으로 마무리하다니. 완벽하다!

 


 

220p 가수 지망생

 

‘나만 아직도 사람 구실을 못 하네…. 음악 한답시고 여태 틀어박혀서…. 재능 없는 사람이 꿈만 크게 가지면 나처럼 되는 건가? 어디부터가 욕심이고 어디까지가 열정인지 누가 가르쳐주기나 했으면….’

 

→ 예술하시는 분들에 국한된게 아니라 대한민국 취준생, 준비하고 있는 시험 준비생분들은 주위랑 비교하면서 한번쯤은 들었을 생각이고 나도 이전에 똑같이 생각했던 것이라 크게 공감되었다. 작가분도 직접 겪어보신걸까?

 


231p 가수가 된 지망생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 답은 내 스스로 찾는것!

 

인생을 살아가면서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답을 찾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물고 넘어질 정도로 끈기있게 고민해야겠다.

 

도둑놈 심보 때문에 스스로 괴로워져 본 전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유념해야지.

 

그리고 더욱 더 최선의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생각하는 힘을 길러둬야겠다!

 


 

237p 야스누즈 오트라

 

“맞아요, 주로 자기 삶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내 사무실을 주로 찾아오죠. 그 여자 손님도 마찬가지예요. 그녀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느라 매일매일을 허비하고 있어요.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죠.”

 

→ 내가 SNS 계정을 칼같이 삭제해버린 이유이다!

 

취준 기간이 길어지면서 SNS에서 남들의 행복한 모습들만 보다보니 자꾸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나와 (일의 댓가로 받은 재화로) 본인들이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었다.

 

취준만하다보니 스트레스는 늘고, 죄책감 때문에 취미는 커녕 나는 원래 이러고 있는 사람이 아닐텐데…하면서 눈 앞에 있는것도 집중하지 못하면서 지냈다. 완전 극 공감.

 


 

248p 지금은 가수가 된 지망생의 힘들었던 과거

 

사람 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자괴감, 근황을 묻는 친구들의 연락을 피하게 되는 못난 마음,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 찬 나날이 꿈속에서 반복된다.

 

→ 딱 취준생, 공시생, 대학원생 등 긴 터널을 지나고 있으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작가님이 취준을 꽤 오랫동안 해보셨나 싶을 정도로 잘 묘사하셨다!

 


 

250p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중략)...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보이지만 첫 번재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들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 개인적으로 두 방법다 마음에 와닿아서 메모해뒀다.

 

나는 지금 커리어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고, 내 환경을 바꾸기 위해 퇴사했지만 나름(?) 바쁘게 살고,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는 과정 중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방법은 아직은 나에게 시기상조가 아닐까? 달러구트의 말마따나 말은 쉬운데 실행하기가 어렵다. 잡았다 싶으면 손에 없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퇴사하고 지금 어찌저찌 현재에 충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나는 지금 이대로 만족스럽긴 하지만 자꾸 욕심이 난다.

 

때때로 마음이 잔잔할 때는 일상이 그저 행복하다. 사람들이 귀엽고,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잎사귀 마저 이뻐보이고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찬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이고, 다시 어떻게 치열하게 살아가야할지 궁리하는데 몰두하며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ㅎㅎ

 

처음부터 욕심내면 다 망가지니 첫 번재 방법부터 제대로 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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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도시/이동하  (0)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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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소개해준 재밌는 활동 덕분에 갑자기 접하게 된 장난감 도시!

 

우리나라 종전 직후 50년대 삶이 적나라하게 나타나있었다.

뒤늦게 알게 된 정보인데 대구가 배경이라고 한다.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옛날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1원 빨간 지폐라든지, 한 학급에 바글바글한 학생 수, 긴 도마 같은 책상을 빽빽하게 같이 쓰는 등의 대목에서 세대가 많이 바뀌긴 했구나. 지금도 훗날엔 과거가 되겠지 싶었다!

 

아버지도 저 당시랑 완전 똑같지는 않겠지만 연세가 있으신 편이시니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하시고 자라셨겠지?

 

그리고 중간에 언어유희인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좋은 고래고기~” 구절이 있었는데, 언젠가 아버지가 흥얼거리신게 생각나서 찍어보내드렸더니 ㅎㅎㅎ하고 답장오셨다 귀여우셔~

 

다음주 생신이신데 본가에 내려갔다 와야겠다

 


 

글을 읽으면서 유독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기대감, 의지, 추억,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와 동시에 삼촌이 진 빚으로 인해 도시 판자촌으로 쫓겨나게 된 일평생 농부로 일하던 가장이 도시에서 아무것도 없이 가장으로써 짊어지게되는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고, 도시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원치않게 구치소에 가게 되며 결국엔 가족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되는 내용이 너무 안타까웠다.

 


 

작가는 도회지에 전학간다고 으스대는 모습을 표현한 만큼, 처음 도시에 왔을때 (비록 변두리이지만) 학교 아이들에게 시골에서 왔다는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소위 양아치라고 불리는 무리들로부터 같이 놀자는 제안을 받았을때 불량한 의도가 있을거라 의심했으나, 아무런 조건없이 우정을 나누는 경험도 하였다.

 

평범한 그 나이 때의 순수한 소년이었다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정도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은 따로 기록해두었다.

 

 


 

전쟁이 끝나고 몇 년 만에 열리는 시골 학교의 학예회 준비과정에서 “부자와 당나귀”연극을 준비하던 중 학생들이 빵터져서 연습이 잘 진행 안될 때 방아깨비 선생의 대사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어버리면 세상에 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남을 웃기거나 울리고 싶은 생각을 가졌다면 더군다나 그래. 자기 자신은 결코 웃거나 울어버려서는 안된단 말이야. 그건 못난짓이야. 꼴불견이지. …(후략)”

 

 


 

왜소한 수양버들이 한 평쯤의 그들을 드리운 그곳에 딸딸이가 있고 그 위에 커다란 냉차 항아리가 있고, 또 그 위엔 몇 개의 유리컵이 얹혀 있고, 그리고 밀짚모자를 눌러쓴 아버지가 계시었다. 때로는 노란 고무호스로부터 유리컵이 찰랑찰랑 넘치도록 냉차를 받아내고 있는, 때로는 거스름돈을 내주기 위해 주머니란 주머니는 죄다 경황없이 뒤지고 있는, 또 때로는 한가로이 담배를 피어 문채 무연한 눈길을 도시의 허공에 하염없이 내던지고 있는, 또 때로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자세, 그대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 일찍이 흙밖에 만져본 적이 없는 아버지는 결코 정직하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도시를 요컨대 그런 모습으로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는 지금도 그때의 광경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도시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한 풀빵, 냉차가 망해버렸지만 다들 한번씩은 망해야 잘된다며 정신승리)

 

…굳이 아버지의 그 말 때문만은 아니리라. 무언가 한사코 목을 메이게 하는 어떤 격정 속에서 나는 뒤늦게 서서히 깨닫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처럼 간절히 기다렸던 것은 아버지였지 결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그 무엇은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운 도시 외곽의 학교 선생님

 

“어둡고 혼탁한 때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랄 것을 나는 믿는다. 너희들 중 한 사람을 잃느니보다 매일처럼 매질을 하면서라도 지키고 싶다. 그러나 너희들은 훗날 이때를 회상하면서, 우리 모두를 지킨 것은 오직 매였다고는 결코 말하지 말아라. 너희들 중에, 비록 단 한 사람일지라도 매를 맞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마지막 대목

 

나는 한동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다스런 손짓과 그들 특유의 기성을 내지르면서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갔다. 그리하여 맨 마지막 한 아이까지 사라지고 난 후에야 나는 돌아섰다. 그동안 까맣게 잊어버렸던 시골 마을이 비로소 눈앞에 선연히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학교와 그 아이들을 나는 기억해냈고, 내가 그곳에서 마지막 가졌던 학예회를 생각해냈다. 그랬다. 우리는 ‘뻐꾸기 왈츠’를 합창했고, 동극 ‘팔려가는 당나귀(부자와 당나귀)’를 공연했었다. 나는 또 ‘금고기’ 이야기로 갈채를 받았고 미래의 면장감으로도 인정을 받았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아버지마저 잃어버린 아이가 되어 있었다 울음이 목울대까지 차올랐지만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나는 아직 우는 법을 익히지 못한 벙어리였기 때문이다.

 


 

소설의 시작과 끝에서 주인공은 같은 사람이지만 위치한 장소가 바뀌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처지에 처해있었다.

 

시골학교 방아깨비 선생님이 주인공에게만 독백, 낭송으로 금고기를 외우게 하고, 큰 소리로 학예회에서 성공적으로 해낸 주인공은 시골마을 사람들에게도 미래의 예비 면장이라고 칭찬을 받았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도시에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쓴맛이 나는 풀빵, 냉차 장사가 망했고, 시내의 백화점에 일하러 팔려갔으나 하루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가장인 아버지 마저 남의 물건을 옮기다가 불순한 물건인것이 발각되어 구치소에 가게되었다.

 

도심의 변두리에 소풍 온 시골 또래아이들의 활기참을 보고 주인공이 느꼈을 비참함, 상실감을 정말 잘 나타낸 대목이자 결말이라 느꼈다. 본인의 의지로 가게 된 도시도 아닌데다 시골에서는 여느 또래아이처럼 잘 놀고, 심지어 면장감이라며 칭찬받던 소년이 어떻게 견뎌냈을까.

 

그리고 시골에서 면장으로서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던 아버지는 평생 해오던 농사일을 그만두게 되고, 도시를 가면서 얼마나 막막함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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